차가사냥꾼 시베리아 되던 날!
허리춤까지 쌓인 설지(雪地)를 뚫고 하늘도 찌를 듯
온통 하늘을 뒤엎고 있는 자작나무 숲 사이로
몰아치는 눈 속을 가르는 구형 군용 지프는
온통 눈과 얼음으로 덮여가고
삐걱이며 힘겨워하는 와이퍼 사이로
눈을 부라린 채 간신히 앞을 응시하지만
이리비틀 저리비틀 차갑고 단단한 지프의 금속감에
온 몸은 이미 물먹은 솜처럼 피로에 젖어가고
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미지의 땅 '가르'에 대한
설레임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면서
이미 나는 시베리아의 웅장한 대자연에
한 점이 되었으리라!
-차가버섯사냥꾼 김동명 글 중에서 -